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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아, 부부 사이마저 지치게 할 수 있다.
    오늘의/기록(記錄) 2019. 4. 1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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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출산하기 전, 우리 부부의 애정은 누가 봐도 서로 각별한 존재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큰 소리로 웃는 시간이 많았다. 신혼 생활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소한 무엇 하나에도 이뻤다. 늦은 나이에 주어진 행복이 그저 신기하고 감사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볼 것 없었고, 가벼이 여길 것 없었음은 말해 무엇하겠나. 분명 그이는 여전히 그때와 다름없는 나의 아내이고 그런 사람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녹록지 않은 이유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적잖이 힘들고 어렵게 다가온다.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지는 않았다. 이따금씩 내가 던지는 농담 한마디에 아내는 자지러지듯이 웃었다. 그 별 것 아닌 웃음거리에도 장단을 맞춰주던 아내의 소녀소녀한 모습이 그립다. 임신 중에도 호르몬 수치의 변화 때문에 몇 차례의 의견 충돌이 있었고, 전에 없이 밉고 서러웠던 적도 있다. 별 것 아닌 일로 신경을 곤두세운 아내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꽂혔다. 서슬 퍼런 목소리 때문에 한 없이 움츠러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항상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안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한 여자의 남편이고, 또 연인으로서의 각오였을 뿐 정말 말처럼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걸 믿었다면, 나로서는 할 말이 없지만. 최선을 다 하겠다고했지, 당신이 하는 행동과 말, 모두를 다 떠안으면서도 상처 받지 않겠노라고, 또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 적은 없다. 정말 당신이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기대했고, 또 그리 알고 지금껏 살아왔다면, 그건 나의 능력 밖의 것임을 인정한다.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는 아이를 키우느라, 밤낮 할 것 없이 뜬 눈으로 지새우고, 혹여 조금이라도 잘못될까 봐 노심초사 오매불망 걱정을 떠안은 아내를 본다. 눈 아래는 검게 물들고, 피부는 푸석푸석해졌다. 채 다 빠지지 않은 살로 예전만 못한 몸매가 말은 하지 않아도 서글픈 이유 중 하나임을 모르지 않는다. 이전 직장이 있던 곳에 사둔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친정에서 더부살이 하는 작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잘 안다. 준비해야 할 것들은 많고, 아이는 점점 커가는데 하루 이틀, 차일 피일 언제까지 집이 팔리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답답한 것도 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 퇴근을 하기 직전까지 가장의 노릇을 하기 위해 미덥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내가 모를 리 없다. 언제나 내게 고마운 마음 가지고 있음을 나 또한 모르지 않으나, 내 최선의 부재를 종종 등한시하는 것 같은 집사람의 짜증 섞인 말투가 가슴팍에 푹하고 쑤셔 들어온다. 팔리지 않는 집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잘해보겠다고 벌인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면목도 없지만, 나 역시도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당신이 그럴 때마다 나는 아프다.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서 아프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금 고민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 없어, 혼자만의 기억으로 남게 되더라도,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고대한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했던 현인의 말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이 작은 고난과 시련의 시간도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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