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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기록(記錄)

흡연은 하지 않아야 하고, 공부는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by 사용자 aner 201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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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나이, 친구의 생일 파티 때부터 피운 것으로 기억한다. 담배 한 갑의 가격이 천 원이 되지 않을 때였지만, 나로서는 넉넉지 않은 용돈 때문에 매번 온전한 한 갑을 사다 피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처음 연기를 빨아들였을 때의 그 몽롱함과 메스꺼움 때문에 굳이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가끔씩 친구들과 어울릴 요량으로 친구들로부터 한두 대 정도 얻어 피우는 정도에 그쳤다. 열아홉 살이 되면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약간의 돈이 생기자 한 갑을 사서 피우는 횟수가 늘어났고, 자연히 혼자 있을 때도 한 구석에서 몰래 피우는 때가 많았다.

 

20대가 되면서는 그 양이 급격하게 늘어서 하루에 한 갑에서 두갑을 꾸준히 피웠다. 그래도 어리고 젊었을 때라 이따금씩 큰 가래가 나오는 것을 제외한다면 건강상의 문제를 느끼지는 않았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걱정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병원을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잦은 좌측 가슴의 통증이 찾아 들어 대형 병원에 큰 돈을 들여가며 정밀 검사를 해야 할 정도에 이른 때도 있었다. 의사가 굳이 하자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원해서 하고 싶을 정도로 당시에는 무척이나 심각했다. 당시에 첫 직장에서 받던 월급을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 수납을 하면서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그때 신용카드를 원무과 직원에게 내밀 때 상기되었던 나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일이 있고도 꽤 오랜 시간 동안 흡연을 유지했으나, 또 어느 날 느닷없이 담배가 맛 없다는 이유로 3년 1개월 동안 금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주변 동생이 맛있게 피우는 모습을 보고 다시 입에 문 담배는 지금 집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기 직전까지 대략 6년을 피웠다.

 

집사람과의 연애와 결혼 후로는 금연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약을 달고 사는 내 모습을 보며 떠오른 소회를 후회를 글로서 남긴다. 지금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 보건소나 주변 내과를 찾아서 금연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한다. 의료보험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비용도 얼마 들지 않으니 꼭 한번 이용해보면 좋겠다.

 

 

여느 아이들처럼, 어렸을 적 나는 영민하단 말을 들으며 자랐다. 나중에 커서 어느 한 분야의 박사 정도는 될 줄 알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고, 나 역시 최소한 어떤 분야에서만큼은 '박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제아무리 좋은 머리를 가졌어요 매사 성실하지 않거나 공부에는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머리 무엇에다 써야했을까. 딱히 공부에 취미를 두지 못한 나는 어떤 이유에선지 주의산만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책 속에 든 활자 사이의 원리나 규칙 따위에는 조금의 흥미도 느끼지 못했다. 고리타분하고 '해야만 하는 것' 같은 강박관념이 싫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일단 모르는 것을 누군가에게 물어볼 환경도 되지 않았던 것을 핑계삼는다.

 

나이가 제법 들고 먹고 살 일을 걱정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점점 잦아진다. 남들은 이미 포기할 때도 되어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기도 하겠지만, 나는 아직 다 하지 못했던 내 삶에 대한 '최선'이 아주 큰 후회로 남은 것 같다. 간간이 매체를 통해서 전해 들을 수 있는 '만성 대기형'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 어렸을 그때, 좀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준비할걸.' 하는 자책을 하고는 한다.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자면 그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고, 그들이 가진 스스로의 자부심에 나의 자책감은 반비례한다.

 

어린 나이에 다 하지 못한 덕분에, 지금의 나는 공부 중이다. 더딘 글을 쓰고 있기도 하고, 모자란 사진을 찍고도 있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나의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지식 공유도 조만간 이곳에서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는 학생의 자세로서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싶다. 혹 모르지 않겠는가. 머리 희끗한 시절에도 내 부러워했던 그 사람들처럼 멋진 사람 소리를 듣게 될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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