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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육아(育兒)

부모될 자의 자세

by 사용자 aner 2019.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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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9일, 생후 32일


아이의 B형 간염 2차 접종을 맞히기 위해 소아과를 찾았다. 아이의 건강에 관련된 문진표를 작성하고 기다리기를 한 시간여가 지나서야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겉싸개에 폭 싸여 잠에 든 아이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겉싸개가 벌어진 틈 사이로 아이의 얼굴을 빛을 받았고, 그 사이 딸아이의 얼굴에서는 배냇짓으로 가득 찼다. 아이의 예쁜 짓을 본 간호사의 기분도 덩달아 좋았나 보다. 사랑 가득한 눈빛을 하고 내 딸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참으로 뿌듯한 순간이었다. 아이의 아빠 된 자로서, 사랑받는 아이의 부모 마음이 다는 몰라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아이가 진찰대에 눕자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를 바라보며 진찰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옆에는 몇가지의 의료기구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신체 부위를 달리 할 때마다 기구를 바꾸어 가며 아이의 몸을 훑었다. 귓구멍을 살피고, 눈동자의 움직임과 팔다리 관절의 이상 여부도 확인했다. 청진기를 손에 쥐고 등과 배 그리고 가슴팍 여러 군데서 들리는 소리들을 주의 깊게 듣고 계셨다. 볼록한 아이의 배 부위를 두드리다가 살짝 누르기도 했다. 지난주에 찾았던 동래 보건소 의사 선생님보다 훨씬 더 주의 깊고 면밀하게 살피는 모습에 약간은 감동했다. 역시 프로답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나왔다.

수분의 진찰 시간이 끝나고, 자리에 앉은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난 번에 아이의 심장에서 잡음 같은 것이 들렸죠?"

"네" 아내가 대답했다.

의사는 아내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이어갔다. 

"으응, 아직도 그런 잡음이 들리기는 합니다. 심한 정도는 아니고, 자세에 따라서 들릴 수도 있고 안 들릴 수도 있어서, 여러 차례 자세를 바꿔가며 들어봤는데, 확실히 들리네요." 

"그럼 어떡해요? 검사를 받아봐야 되나요?" 아내의 목소리에서 불안함이 묻어 나왔다.

"네, 생후 2개월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그런 증상이 보이면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인계받아 퇴원을 할 때만 하더라도, 더 이상의 그런 증상은 없다고 했었다. 그리고, 다행이다 싶었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 일 때문에 눈물까지 흘린 아내의 모습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안도하며 속으로 웃기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 진찰을 받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니 내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 가진 것 변변치 않은 부모로서 좋은 것을 물려 주지는 못하더라도 나쁘고 좋지 않은 것들은 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타고 나기를 약한 심장을 타고났다. 맥박은 힘이 없고, 혈류는 느리다. 만들어지는 혈액의 양은 남들보다 모자라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지는 불과 몇 년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알 수도 있었다. 또, 그럼에도 숱하게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가 셀 수 없이 많다. 몇 해 전 시작한 금연이지만, 아이를 가지기로 마음먹었을 때만 하더라도 사실 그럴 수 있을 가능성 때문에 고민한 밤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과연, 내 아이가 나로부터 좋지 못한 점을 물려받으면 어쩌나 싶었다.


아직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고, 한편으로는 벌어진 일이다. 하루빨리 아이의 심장이 정상적으로 회복하기를 바란다. 부디 다음 달 진료받을 때는 오늘과는 다른 결과를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아이의 앞날을 책임지고, 아비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데 있어 건강 챙기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매번 하고도 무너지는 각오지만, 그러 때마다 마음을 다 잡고, 조금씩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는데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부모가 될 자로서의 자격은 없을지라도, 이제 부모 된 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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