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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아 10일차 -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오늘의/육아(育兒) 2019. 4. 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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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육아와 가사에 동참한다는 것은 꼭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 또 그 둘은 기적과도 같은 확률로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그 어떤 인연보다 값지고 귀한 것이 부부의 연이라고 했다. 아이를 가지기 전에도, 이후에도 나는 아내에게 지속적으로 아빠의 역할보다 남편으로서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쓰고 싶다고 다짐하듯 말해왔다. 자식은 품 안에 있을 때만 자식이라는 것이 나의 오래된 지론이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는 것도 나의 역할이지만, 무엇보다 아내를 우선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아내를 사랑했기 때문에 함께 살고자 결혼을 했고, 또 그러기 위해서 오랜 시간 사랑과 정성을 쏟았다. 내게 아이는 그다음 문제인 것이다.


    산후조리원을 나온 이후로는 저녁 식사 준비는 내 몫이 됐다. 누가 시켜서도 부탁해서도 아니다. 단지, 그래야 할 것 같고, 바람직할 것 같아서다.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아이와 고군분투하는 아내의 고생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돌보느라 신경을 쓰는 것도 고달플 텐데 퇴근한 남편의 밥상까지 고민하고 차리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다. 오히려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남편으로서 고생하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엄마의 수고를 덜어 그만큼 아이에게 돌아갈 마음과 사랑을 고려하면 일거양득인 셈이다.

     

    거의 다 떨어져가는 분유를 사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마트를 찾았다. 딸랑시킨 것만 사 가지고 갈 수 없었다. 지친 아내를 위해 맛있는 식사를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아내가 나를 위해 준비했던 수많은 메뉴들 중에서 간단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아내는 모유 수유를 분유와 병행하고 있는터라 먹는 것도 함부로 먹을 수가 없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탈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바싹 익힌 것과 맵지 않은 음식들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 기왕에 해 줄 음식인데 레토르트를 가지고 해주고 싶지는 않았기에 신선 코너를 둘러 보기로 했다.

     

    평소 연어를 잘 먹던 아내가 떠 올랐다. 보령에서 살 때도 왕왕 연어스테이크를 즐긴 기억이 났다. 당시 아내가 요리를 하던 것을 떠 올려 보았다. 어렵지는 않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나 역시 어렵지 않게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연어 스테이크로 메뉴를 정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주저함 없이 분주하게 걸음을 옮겨 필요한 재료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바르고 약한 불로 루꼴라를 볶았다. 어느 정도 루꼴라가 익었다 싶었을 때, 두 동강을 낸 생연어를 굽기 시작했다. 약간 바싹하다 싶을 정도로 익었을 때, 뒤집어 준다. 또 한 번 뒤집어 주고, 올리브 오일을 둘러주어 연어 안에 머금은 육즙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 주었다. 생연어의 냄새가 비릿하게 올라오길래 약간의 버터를 더 녹여 주었다.

     

    연어가 고루 익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젓가락으로 생선의 결을 따라 살점을 뜯었다. 조금은 덜 익은 것 같아 가스렌지의 불을 끄고 프라이팬 위에 달구어진 올리브 오일을 연어 위에 고루 뿌려주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접시를 꺼내 맛있게 익은 루꼴라를 먼저 장식했다. 연어는 만족스럽게 고루 익었다. 접시에 옮겨 놓은 다음 함께 구입한 소스를 고루 뿌려주었다. 마늘 양념과 함께 시큼한 맛이 나는 케이퍼를 올려주었다. 연어 필레나 스테이크를 자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둘의 조합이 얼마나 훌륭한지 잘 알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몬을 썰어 기호에 맞게 신맛을 내서 먹을 수 있도록 접시의 가장 자리에 놓아둔다. 보기에도 그럴싸하다.

    접시를 본 아내는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 입 뜬 연어를 맛 보고 난 뒤에는 '임신했을 때 좀 해주지.' 라며 애교 따위를 늘어놓으며 연거푸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본인이 한 것보다 더 맛있다나 어쨋다나. ;) 기분 좋은 저녁 식사였다. 성공적인 요리였고, 무엇보다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앞으로도 자주 그리고 가능한 많이 아내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줄 생각이다. 아내가 나를 위해 그러했던 것처럼. 

     


     

    글을 쓰다보니 동어반복이 많고, 비슷한 맥락의 문장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어휘의 한계를 느끼고, 문장의 부재를 실감한다. 꽤 긴 시간 책 읽기를 등한시하고, 펜을 손에서 떼어 놓은 지 오랜 댓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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