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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육아(育兒)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

by 사용자 aner 2019. 11. 28.

아이의 이유식을 시작한 지, 이제 대략 두어 달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덕분에 아내의 하루 일과는 더욱 바빠졌다. 당신과 나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 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이 당연할 터. 본인 스스로도 피곤에 겨워 힘들어 하는데도, 다른 엄마들처럼 한번쯤은 기성식을 사 먹일 수도 있을텐데, 좀처럼 아내는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따금씩 이유식을 만드느라 힘들고 귀찮을 때가 있을 텐데도, 끝내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 하면서도 측은하다.

저 어린 것이 엄마의 그런 노고를 언제쯤이면 알아줄는지. 또 알면 얼마나 알겠나 싶다가도, 돌이켜 보면 나 또한 귀하게 자란 자식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저 만한 나이에는 요즘처럼 기성식이 없었다고는 하더라도 어떻게든 잘 먹이려 애썼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이유식을 좀처럼 얌전하게 먹는 경우가 없다. 한두 숟가락을 입에 떠먹이고 나면, 숟가락을 꼭 부여잡고는 놓을 생각을 않는다. 먹던 숟가락 가지고 놀게끔 하고, 또 다른 숟가락으로 떠먹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입 주변과 손은 말할 것도 없고 목 주변의 옷 위에는 음식물로 범벅이다.

가지고 놀던 숟가락에 싫증이 나면 또 입에 떠먹이고 있는 숟가락을 갈구한다. 쳐다보고 있으면 너무 귀엽고 이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자꾸만 조몰락조몰락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나 때는 이런 장난감은 없었는데... 있어다고 한들 살 수 있는 형편도 안됐겠거니와 당시 도시의 규모로 판단해보면 파는 곳도 없었을 테다. 만지면 소리도 나도, 기분이 좋아 장구질을 하면 안정감 있게 받쳐 주는 스프링 때문에 또 신나고. 참 괜찮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이 핏덩이가 부러울 때가 있다.

어지간하면 이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논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가끔 손이 모자라거나 혼자 바삐 무언가를 해야 할 때, 여기에 앉혀 놓고 볼 일을 본다. 이 제품에 대한 리뷰 글을 쓸지 말지 고민을 하고는 있는데, 모르겠다. 어느 천년에나 가능할지.

하루에도 몇번씩 관심의 대상이 바뀐다. 얼마나 세상 사는 것이 재미있을까. 마주하는 것들이 처음 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라 신기하게만 여겨지나보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그럴 때가 있었겠지. 다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때의 기억을 잊은 채 살고 있다.

아직 보행기를 태우지 않고 있다. 꼭 좋다고만 할 수 없는 사례나 의학적 소견이 있는 터라. 또 조금 느리면 어떠냐 싶은 생각도 있어서다. 보편적인 성장 속도에 맞춰가면 더할 나위 없으면 좋겠지만, 크게 아프지 않은 이상 다들 때 되면 하는 것 하고, 먹는 것 먹을 테지 싶다.

저 작은 발로 온몸을 버티는 모습이 대견하다.

동글동글. 어렸을 적 내 사진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눈매며, 코의 높이며. 모두 다 내가 그의 아빠임을 입증하는 증거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점점 자라면서 눈에 잘 띠지 않던 엄마의 모습도 닮아갈 텐데, 그 때문에도 설렌다. 어떻게 자랄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몹시 궁금하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우리의 교육 방법이 아이에게 잘 못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그저 건강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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