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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육아(育兒)

속일 수 없는 피, 유전의 힘

by 사용자 aner 201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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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첫 아이가 딸일 경우에는 아빠를 많이 닮는다고 한다. 구체적인 근거를 지금 찾아 주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이는 유전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둔다. 반대로 첫 아이가 아들일 경우에는 엄마를 닮는다.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거의 한쪽으로 치우칠 확률이 80%에 이르고, 기질과 생김새 등 유전적으로 80%를 반대 성별의 부모를 따라간다고 하니,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기질과 외모에 따라 첫 아이의 성별을 특정하게 원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아이의 성별이 딸인 것을 알아차렸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마른 체격인 내 신체적 형질을 물려받는다면 딸아이의 몸매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안도했다. 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완전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사각턱을 물려받았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볼 때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턱만큼은 제 엄마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기도했다.

 

딸 아이의 발

이제 고작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그냥 봐서도 알 수 있을만큼 어느 부분이 나를 쏙 빼닮았는지 알 수는 있다. 아이의 생후 첫 사진을 본 아버지는 내 백일 때의 얼굴과 완전 판박이라면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해 듣고 찾아본 내 백일 사진과 딸아이의 얼굴은 분명 닮아 있다.

 

내 손가락과 발가락은 큰 굴곡 없이 쭉 뻗어있다. 그리고 가늘다. 딸 아이의 손과 발을 처음 본 집안 식구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어쩜 그렇게도 손발가락이 지 아비를 닮아서 쭉 뻗었냐고 말이다. 손발톱의 생김새도 나와 꼭 같다. 내 손가락은 마치 여자 손 같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살았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 대화 중인 동료의 어깨너머로 인기척 없이 손을 내밀어 물건을 전해줄 때는 정말 여자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기왕에 여자로 살게 될 아이의 인생은 여우처럼 애교 많이 매력이 넘치도록 살아가기를 바란다. 정말 나를 닮았다면 말랐다는 인상을 줄지언정 늘씬하게 쭉 뻗은 몸매를 자랑하면서 여자로서 매력있는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 나는 아이의 눈 앞에서 꾸준히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는 책과 가깝게 지낼 것이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책을 통한 지성과 지식의 배양에 끊임없는 노력을 쏟을 것이다. 머리마저도 나를 닮았다면 필시 아이는 인문적인 이해와 탐구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대신 재미를 느끼고 또 뜻을 두어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걷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구자가 될는지도 모른다. 단지 눈앞에 벌어진 것에만 몰두하기보다 저 멀리 기저를 다루는데 어색함이 없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마음은 느닷없이 생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던 일을 갑자기 딸아이의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근래 몇 년 동안 뜸했을 뿐, 아무리 못 읽어도 1년에 책 50권은 기본적으로 읽던 사람이다.

 

제발 눈은 나를 닮지 말아달라고 우스갯소리로 기도를 올린 적도 있을 정도로 내 눈의 생김새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여자의 얼굴을 구성하는 눈이라면 더더욱 싫었다. 이유인즉,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길게 쭉 늘어지고 끝자락이 찢어진 듯한 눈매는 자칫 보기에 꽤나 까칠한 사람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이유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산 적이 있는가 하면 착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에게 차이는 경우도 나는 감내해야 했다. 심지어, 생전의 누이는 내 눈에 대해서 심한 말을 했을 정도니 말 다한 것 아닌가.

 

아무튼 신께서는 나의 간곡한 바람을 들어주셨다. 눈매는 나와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쌍거풀을 주셨다. 후에 수술을 시켜주면 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는 것에 비할바는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집사람의 쌍꺼풀은 어느 누구의 눈과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쁘다. 아마 엄마를 닮았다면 아이의 쌍꺼풀 역시 아주 매력적이고 이쁘게 나올 것이다. 물론, 내 눈매에 잘 어울리는 쌍꺼풀 일지 아닐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생후 50일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 점점 아이의 몸무게는 급격하게 늘고 있고, 얼굴의 윤곽 또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누가 보아도 내 딸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이는 나를 닮아있다. 새근거리며 잠을 자고 있는 아이가 그렇게 이쁠 수가 없고, 또 신기하다. 이 작은 체구 안에 있을 것 다 가진 아이의 생명과 탄생으로 참으로 경외할만하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야할지 아직은 막연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아이의 삶이 우리네의 모습보다 나아질 수 있다면 부모 된 도리로서 뭐든 해주고 싶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나와 빼 닮은 이 아이는 나의 아이이고, 나는 그의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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