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생후 230일의 아이를 보며
    오늘의/육아(育兒) 2019. 11. 18. 14:38
    반응형

    당분간 부부는 각방을 쓰기로 했다. 아내와 아이는 안방에서. 나는 서재에서. 안방에는 침대가 있고, 서재에는 라텍스가 깔려 있다. 저상 침대를 사는 것이 어떠냐는 아내의 제안을 거절한 덕분이다. 그랬다. 나는 저상 침대를 싫어했다.

    대게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저상 침대 따위를 쓰는 것으로 안다. 부부와 아이가 같은 침대를 사용하면서 지내는 것이 나는 못마땅하다. 산후조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아기 침대에서 재우고 싶었다. 그렇게 별도의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선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아이가 귀하다고 하더라도, 내 인생도, 나의 잠자리도 귀한 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모든 것을 헌신하느나 송두리째 바꾸어야 하는 부부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싫어서였다.

    그러나, 한사코 아이 혼자 재우는 것을 반대했던 아내의 만류에 그것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뜻하지 않게 독거노인처럼 혼자서 잠에 든다.

    그런 독거노인의 방을 딸아이가 찾아 들었다. 유모차에 앉힌 채, 설거지를 하는 아내도 돕고, 사진도 몇 장 남길 겸 해서 서재로 데리고 들어왔다. 자리에 앉히고 이불로 감싸고 곁에 있던 카메라를 재빨리 집어 들었다.

    산후조리원을 떠나 집으로 와서부터 자주 들이댄 덕분인지 카메라를 보면 반가워한다. 손을 내밀어 렌즈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가까울 때면 금세 입을 가져다 대기도 할 만큼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 제 엄마는 아직도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표정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것과는 달리 싫어하지 않아 몹시 반갑다.

    몇 번, 아이를 달랠 요량으로 서재에 들인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어색함을 감출 수 없다. 대게의 생활이 안방과 거실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그럴 만도 하다.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는 것이 제 엄마를 찾는 것 같다.

    아이가 입고 있는 내복과 이불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전체적인 사진의 색감은 물론이고 나와 쏙 빼닮은 아이의 모습에서 칠십 년대의 풍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것을 발견했는지, 손을 뻗어 집으려 하지만 어림없다. 아직 푹신한 바닥에서 힘을 줘서 자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온몸을 칭칭 두른 이불이 바리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담으려는 나를 발견한 아이는 이내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독거노인의 방에서 놀기를 고작 십여 분이 지날 즈음, 금세 지겨워진 아이는 몸을 크게 돌리더니 제 엄마를 찾았다. 이불에 칭칭 감긴 아이를 본 아내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의 웃음소리를 들은 아이가 고개를 돌려 엄마와 눈을 맞춘다.

    아무리 아빠와 친해도 엄마와는 비교할 수 없나 보다.

    아내는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주시했다. 곧바로 자기를 안아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던지 아이는 엄마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다행스럽게도 칭얼거리거나 울지는 않았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방안으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러운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었다.

    대략 몇 분이 지나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엄마가 못마땅한 듯하다. 누워있는 것이 지겨워서였는지, 제 엄마에게 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아니면 둘 모두였는지는 모르겠다만, 필사적으로 몸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기지도 못하는 터라, 스스로 몸을 세울 만큼의 근력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버둥거리는 아이를 보고서 엄마는 또 한 번 큰 미소를 날리며 그제서야 안아 들었다.


     

    쥐어짜내듯 글을 쓰고 나니 머리가 아파진다. 100일의 기적 이후, 하루에 글 하나 정도는 쓸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긴 덕분에 다시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써야 할지, 아니면 수익성을 생각해서 티스토리에 남겨야 할지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였다. 어렵사리 내린 결론으로 지금 이 글을 여기에서 쓰고는 있지만, 또 언제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할는지도 모른다.

    몇 안 되는 이웃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내 글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네이버를 쉽게 버릴 수 없어서 더욱 어렵다. 그렇다고, 기왕에 쓰고 꾸준히 할 것인데 가능하면 돈이 될만한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 두 문제를 놓고 씨름한 지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아주 어렵게 다시 시작한 글쓰기다. 기적과도 같은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다. 어떤 소재이든지 적어도 하루에 하나씩은 쓸 수 있도록 해야겠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