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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作
    살펴보기/도서(圖書) 2018. 11. 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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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말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

     

    , 다케오하고 두 번 다시 안 만날 수도 있고,

     

    다케오하고 새롭게 연애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다케오하고 같이 잘 수도 있어.

     

    구름이 짖게 드리워서는 안된다. 분명히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게 물들어있어야 한다. 잿빛보다도 더 허무하리만치, 공허하고 이유 없는 삶의 체념과도 같은 씁쓸한 쇳빛처럼. 물끄러미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적이 없을리도 없잖은가. 그렇다고, 눈이 퉁퉁 부어오르도록 낮잠을 잔 것 마냥 울어내기도 뭣한 것은, 가야만 하겠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이별을 선고하는 사람 앞에서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발목이야 붙잡고, 허리춤에 엉겨붙어 그럴 수는 없지 않느냐고 울부짖은들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은 없지 않은가. 

    저 하늘에 구름조차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떠나가던 당신을 묵묵히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추억하던 하늘에 수 놓인 별과 달을 보며, 함박웃음을 짖던 당신을 다시금 그곳에 돌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붙잡아도 잡을 수 없고, 닿을래야 닿을 수 없는 당신은 이미 저 만치에 있는데, 뻗은 들, 그 손모가지는 뽀얀 연기자락으로 고요히 사라지기 직전이다. 사랑할 때 만큼만, 그때 만큼만이다. 그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완전한 것은 없고, 상실해야 하는 고통을 직감할 때는 벌써 내 심장의 반쪽은 찢어진채로 너덜거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미에 리카가 다케오에게 하는 저 한구절은 내 심장을 후벼 판다. 찢어진 반쪽을 다시금 붙혀놓기라도 할 것 처럼 과감하게 바느질을 하는 것 처럼, 고마울 수 밖에 없는 순간이다. 15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은 환영처럼 스쳐간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고, 그 전부일 수도 있음은, 시작과 결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하고, 이는 결국 오롯이 감내하고 또 감내해야 하는 숙제인 것 처럼. 이는 실제로 하나코의 삶이 설명해준다. 완전함을 상실하기를 두려워 한 하나코가 가져다 주는 존재감은 없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그 전체처럼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뿔싸, 손위에서 갖고 놀던 유리공이 저만치 밑바닥에 떨어져버리면 깨져버리는 것 처럼, 하나코가 바랐던 것도, 우리가 바라는 것도 완전함이다. 다만, 모순될 수 밖에 없다는 불가결한 사랑의 특성을 모를 리 없기 때문에, 하나코는 손목을 그었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붉은 원피스가 욕조 안에서 뿜어져나왔을 테니, 그만하기로 그녀에게는 다행이다 싶다. 

    많은 작가들이 주인공과 그리고 다른 한 존재를 선보이면서 또 다른 이야기의 전개요소를 밝힌다. 물론, 에쿠니 가오리도 만찬가지다. 그런데, 왜 달리 느껴질까. 역자의 말처럼, 다케오와 리카의 사랑,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려낸 글이라기보다는 하나코가 더 가슴 팍에 안겨온다. 청아하면서도 창백한, 제멋대로이며, 높낮이 없는, 일관된 말투는 공허하기 짝이 없다. 미워도 미울 수 없는 하나코. 

    좋은 서평이란, 객관적인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겠다. 그것은 서평을 쓴답시고 쥐어든 연필이 어느새 내 이야기로 치환하고, 안된다면 억지로라도 내 가슴에 쥐어짜듯 밀어넣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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