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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어떤 죽음이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 - 조양호 회장의 사망
    카테고리 없음 2019. 4. 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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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녀를 시작으로, 아내가 마지막을 사회 일면을 장식할 때까지 꽤 오래도록 세간의 입방아야 오르내린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죽음이 느닷없이 날아들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수많은 언론들 사이에 그의 죽음과 살아생전의 업적이 조명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의 가족들이 보여준 부도덕하고 오만방자한 행동들은 그렇다치더라도 과연 그가 우리 사회에 남긴 공적마저도 폄훼되고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슴 깊이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고, 훈훈한 기사라고 치켜세우는 몰지각함을 보면서 내 마음이 끓어오른다. 조롱하는 댓글들이 넘치고 눈웃음을 치며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손뼉 치며 장구 치며 반기는 인간들을 나는 본다. 그러나, 나는 이해한다. 다만, 비루하고 졸렬한 인간들임을 차마 이해하는 나의 교만함을 반성해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뿐.

    조양호 회장은 가업을 물려 받은 2세 경영자이긴 하지만 경영인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잘 보여준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 항공사들 중 가장 서비스 품질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십수 년간 받을 수 있던 대한항공은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국민들의 가슴에 자긍심을 심어 준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 일류 기업이다. 그의 사망 이후, 대한항공이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전문 경영인이 그의 뒤를 이어받는다고 한들, 어디까지나 경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물일 뿐. 그 누가 일으키고 세운 자에 비견되겠는가.


    보아라! 산 자의 생명을 쉬이 입에 담는 자! 죽은 자의 생과 사를 난도질 하는 자와 그것도 모자라서 '죽음' 자체에 대한 경외와 그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자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은 과연 얼마나 참된 삶을 살고 있으며, 도대체 얼마나 존경받는 인생을 살아가는지 묻고자 한다. 가진 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한평생 어려움 없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마지막 가는 길의 죽음마저도 조롱받고 멸시받아야 하는가? 그는 말년에 가족들의 과오만 없었더라면 얼마든지 명예롭게 우리 곁을 떠날 수 있었다. 나는 안다. 당신들은 설령 가지고 배운 것이 있어도 그가 우리 나라의 경제에 이바지한 바의 십분지 일도 기여하지 못할 것임을. 그보다 그럴 만큼의 그릇도 되지 않음을 나는 알고 있다.

    산 자의 생명을 제 잣대로 판단하고, 죽은 자의 마지막 호흡을 조롱하는 인간들에게 그만한 미덕과 그릇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기대나 할까. 

    그 어떤 죽음 앞에서도 교만을 떨치거나 오만하고 방자한 말과 행동으로 마지막 가는 길을 욕되게 하지 말라. 설령 그것이 나라를 팔아먹은 자의 목숨이었고,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자의 마지막 숨소리였다고 하더라도, 우리들 중 누구에게도 그럴 권원이 없다. '죽음' 만큼은 욕되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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