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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이제 곧 아빠가 된다.
    오늘의/육아(育兒) 2019. 3. 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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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9년 3월 1일에 작성했으며, 다른 블로그에서 옮겨온 글이기에 제 블로그 포스팅이 전개상 시간의 앞뒤가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참고하세요.

     

    어림잡아 보름 후면 아이의 아빠가 된다. 늦은 나이에 겨우 일군 가정이다. 그렇기에 차마 아빠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싶었다. 아이를 독립시키기까지 더 오랜 시간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또래집단의 부모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늙은 부모의 존재가 아이의 정서에 결핍의 요소가 될까 심히 걱정스러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를 서두를 수가 없었다. 모순이다. 가지지 않는 것이 우리 부부에게 닥칠 수 있는 경제적 결핍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더불어 모자람 없는 교육과 번듯한 가정의 부재를 안겨주지 않는 일종의 의무라고 여겼다. 무엇보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기에 나는 한참이나 존재였고, 채 영글지 않아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회사를 그만두기 한 달여 전 어느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기를 몇 시간째. 얕은 코 골음과 함께 쌔근 거리는 아내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일으켜 아내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불행한 일이 닥쳐 내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남은 생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되면 어찌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더라도, 아내의 곁에서 머물러 줄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당신과 나를 쏙 빼닮은 우리의 아이라면 다행이겠다 싶었다. 결혼을 하고 3년이 다 다 되어 갈 즈음에서야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부의 불화나 임신을 하기 위한 신체적 조건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몹시도 어색하던 딸아이와의 대화도 곧잘 해내고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이나 내뱉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테니까 그것으로도 괜찮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딸아이와의 첫 대화가 궁금하다. 아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해보기는 하겠다만, 사실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나는 나이 팔십을 먹어도 지금처럼 철딱서니 없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만큼 부족함 없이 살 수 있고, 설령 남들이 보기에 그럴지 모르더라도 우리로서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 아이 역시 만연에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시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들이 세워둔 기준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보다 큰 자존감으로 휘둘림 없는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아이를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주고 싶다. 내 꿈을 대신해서 이루어줄 인형 같은 존재가 아닌, 오롯이 그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 아이를 갖기 전에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던 마음이다. 결혼을 하고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던 그 순간에도 차마 알아차릴 수 없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10개월을 기다린 끝에 어렵사리 만나게 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부부는 이제서야 어느 정도 짐작이나 할 뿐이다.

    혹여 나의 부모가 나에게 부족했던 점이 있었더라도, 그들에게 있어 최선의 사랑이었고, 나는 그 큰 은혜와 사랑을 자양분 삼아 오늘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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